"사장님, 화장실 또 막혔어요" — 이 전화를 놓쳤다가 건물주 신뢰를 잃을 뻔했습니다
"사장님, 화장실 또 막혔어요" — 이 전화를 놓쳤다가 건물주 신뢰를 잃을 뻔했습니다
공인중개사를 하면서 건물 관리도 같이 봅니다. 건물주분이 믿고 맡겨주신 거라, 사실 중개보다 더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. 관리 못하면 그분이 떠나시니까요.
근데 그 신뢰를 한 번 크게 흔들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. 그것도 정말 사소한 전화 한 통 때문에요.
바빴던 어느 날, 전화 한 통을 놓쳤어요
그날 손님이 둘이나 겹쳐서 정신이 없었어요. 그 와중에 관리 건물 임차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.
"사장님, 화장실 또 막혔어요."
받긴 받았는데, 손님 응대 중이라 "네네, 제가 곧 처리해드릴게요" 하고 끊었어요. 그리고 까먹었습니다. 메모를 안 해놨거든요. 머릿속으로 '이따 해야지' 했는데, 이따가 또 다른 전화가 오고, 손님이 오고, 그렇게 묻혀버린 거예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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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흘 뒤 건물주한테 전화가 왔습니다
사흘이 지나서 건물주분한테 직접 전화가 왔어요. 목소리가 안 좋으셨습니다.
"내가 우리 세입자한테 들었는데, 화장실 막혔다고 며칠 전에 얘기했다며? 근데 왜 아직도 안 고쳐졌어?"
순간 머리가 하얘졌어요. 그 전화를 받았던 게 그제야 기억났거든요. 죄송하다고, 바로 처리하겠다고 하고 끊었는데, 등에 식은땀이 났습니다.
"임차인은 저한테 분명히 말했어요. 근데 저한테 기록이 없으니까, 안 들은 거나 마찬가지가 됐습니다"
제일 무서웠던 건 건물주의 한마디였어요
전화 끊기 전에 건물주분이 이러셨어요.
"이런 게 한두 번이면 모르는데, 자꾸 이러면 내가 관리를 다른 데 맡겨야 하나 싶어."
이 말이 진짜 무서웠습니다. 관리를 다른 데 맡긴다는 건, 그 건물 거래도 다른 중개사한테 간다는 뜻이거든요. 화장실 막힌 거 하나 놓쳤을 뿐인데, 건물 하나를 통째로 잃을 뻔한 거예요.
저는 일을 안 한 게 아니었어요
억울한 건, 제가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. 그날 저는 누구보다 바쁘게 일했어요. 손님 둘 응대하느라요.
근데 임차인 입장에서는, 건물주 입장에서는, 그게 안 보이잖아요. 그분들 눈에는 그냥 "말했는데 안 고쳐주는 관리"였던 거예요. 제가 아무리 바빴어도, 기록이 없으면 변명이 안 됩니다.
이게 관리를 맡은 중개사의 제일 무서운 지점이에요. 잘해도 티가 안 나고, 하나 놓치면 그게 다예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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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일 이후로 바꾼 것
그 뒤로 저는 임차인 전화를 절대 머리로 기억하지 않기로 했어요. 받는 즉시 어디든 남겨야 했습니다. 누가, 언제, 뭘 요청했고, 처리가 됐는지 안 됐는지요.
처음엔 수첩에 적었는데, 그것도 바쁘면 또 빠지더라고요. 그래서 요즘은 전화가 자동으로 접수되고 기록이 남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습니다. 임차인이 전화하면 알아서 남고, 처리 안 된 건 안 잊어버리게 떠 있고요.
그게 되면 적어도 "말했는데 왜 안 해줘요" 소리는 안 듣겠죠. 건물주한테도 "이렇게 처리했습니다" 하고 보여드릴 수 있고요.
혹시 관리를 맡고 계신 중개사분이라면, 임차인 요청을 머리로 기억하고 계시진 않나요? 저는 그러다가 건물 하나 잃을 뻔했습니다. 그 사흘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