하루 종일 일했는데, 정작 중요한 일은 하나도 못 한 날
하루 종일 일했는데, 정작 중요한 일은 하나도 못 한 날
어느 날 저녁이었어요. 사무실 불 끄고 나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
"오늘 나 뭐 했지?"
분명히 아침부터 한 번도 안 쉬고 일했거든요. 점심도 김밥으로 때웠고요. 근데 막상 떠올려보니까 딱히 끝낸 일이 없었어요. 이게 진짜 이상했습니다.
그래서 다음 날 적어봤어요
궁금해서 그 다음 날은 뭘 하는지 시간마다 적어봤습니다. 적어보고 좀 놀랐어요.
- 9시: 출근하자마자 임차인 전화 (보일러 안 돼요)
- 9시 20분: 다른 임차인 문자 (관리비 왜 이래요)
- 10시: 입금 들어온 거 통장에서 확인, 누가 냈는지 대조
- 10시 40분: 또 전화 (주차 자리 문제)
- 11시: 수리 기사님이랑 통화, 언제 오시는지
- 11시 30분: 어제 못 한 청구서 만들다가 또 전화 와서 끊김
이런 식이었어요. 하루 종일이요.
"바쁜 건 맞는데, 바쁜 일하고 중요한 일은 다른 거더라고요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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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작 해야 할 일은 계속 밀렸습니다
그날 제가 원래 하려던 건 따로 있었어요. 새로 들어올 임차인 계약서 정리, 다음 달 만료되는 계약 챙기기, 밀린 보고서 하나. 이게 진짜 중요한 일이었거든요.
근데 이건 하나도 못 했어요. 왜냐면 전화가 끊기질 않으니까요.
전화 받고, 문자 답하고, 입금 확인하고, 기사님 부르고. 이런 잔일들이 하루를 다 먹어버립니다. 그리고 그 잔일들은 끝이 없어요. 하나 끝내면 또 하나 와요.
문제는 이 잔일들이 다 "사람이 받아야만" 되는 일이었다는 거예요
전화는 제가 받아야 울리는 걸 알고, 입금은 제가 통장을 열어야 확인이 되고, 민원은 제가 메모를 해야 안 까먹어요.
그러니까 저라는 사람이 자리에 붙어 있어야만 굴러가는 구조였던 겁니다. 제가 화장실 가면 그 시간 동안 들어온 전화는 그냥 놓치는 거고요.
이걸 깨닫고 나니까, 제가 왜 그렇게 피곤한지 알겠더라고요. 머리 쓰는 일로 피곤한 게 아니라, 계속 끊기는 걸로 피곤한 거였어요.
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없으니까
제일 무서운 건 이거예요. 잔일에 하루를 다 쓰면, 정작 돈이 되고 미래가 되는 일은 계속 뒤로 밀린다는 거.
계약 만료 챙기는 걸 미루면 공실이 길어지고, 보고를 미루면 건물주가 불안해하고, 새 계약 정리를 미루면 입주가 늦어져요. 잔일 때문에 진짜 중요한 게 망가지는 거죠.
근데 당장 눈앞에서 전화가 울리니까, 그걸 안 받을 수가 없어요. 악순환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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요즘 드는 생각
요즘은 이런 잔일들, 그러니까 전화 받고 입금 확인하고 민원 정리하는 걸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. 사람이 안 붙어 있어도 굴러가게요.
저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몇 년을 전화기 붙잡고 살았습니다.
혹시 지금 이 글 읽으면서 "어, 내 얘기네" 싶은 분 계시면, 한 번 적어보세요. 내일 하루 동안 내가 뭘 하는지요. 적어보면 보일 거예요. 내가 진짜 중요한 일을 못 하고 있다는 게.
저는 그걸 보고 나서야 바꿀 생각을 했습니다.